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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犬)] 굶주린 채 치매 앓던 견주 기다리던 반려견
[가족의 발견(犬)] 굶주린 채 치매 앓던 견주 기다리던 반려견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승인 2019.01.2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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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의 현재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난해 11월말, 경기 수원시의 한 주택에서 개 '희망이'가 발견됐다. "세입자가 실종됐고, 그 안에 살던 개가 15일간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방치됐다"는 제보를 받은 동물자유연대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현장을 찾은 것.

희망이는 허름한 이불 위에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었다.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 다가가자 희망이는 으르렁거리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단순히 사람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닌 듯 했다. 희망이의 등에는 오랜 시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피부병이 관찰됐다. 장기간 굶주린 것도 영향을 미친 듯 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희망이를 장기간 방치해 굶기고 유기한 죄로 견주를 고발하려 했다. 그러나 견주에 대한 이웃들의 이야기는 안쓰러움 그 자체였다. 이웃들에 따르면 견주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심한 알코올 중독으로 치매증상도 앓고 있었다. 그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희망이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희망이를 버리거나 방치할 이유가 없었던 것.

실제 확인한 결과 견주는 서울의 한 도로에 쓰러져 119에 구조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에서는 결핵, 알코올성 치매, 뇌혈관질환 등 중증진단이 내려진 상황. 장기입원치료를 하더라도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결국 동물자유연대는 고발 대신 관할 지자체에 협조를 받아 희망이를 구조하기로 했다.

'희망이' 구조 당시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뉴스1

그렇게 희망이는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시의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 입소했다. 구조 당시 희망이는 피부병이 있었고, 심장사상충도 발견됐다. 이전에 돌아오지 않는 견주를 기다리던 기억 때문인지 분리불안 증상도 보였다.

그러나 희망이는 복지센터에 살면서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피부병은 거의 다 나았다. 다만 약욕으로 관리 중이기 때문에 목욕은 꾸준히 시켜야 하는 상황. 심장사상충 치료도 마무리 단계다. 분리불안 증상도 사라졌다.

조은희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활발하게 노는 걸 좋아하고 활동가들의 발도 깨물깨물하며 장난치는 애교쟁이이기 때문에 희망이와 오래 함께 놀아줄 수 있는 분이 가족으로 적합하다"며 "갑자기 보호자가 사라진 희망이의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평생을 옆에 있어줄 가족을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Δ이름: 희망이
Δ성별: 수컷(중성화 예정)
Δ나이: 2세 추정
Δ체중: 10㎏
Δ품종: 믹스견
Δ문의: 동물자유연대 입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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